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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멍청이가 하렘의 주인공이 되다.

2화 준우와 소희의 첫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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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준우와 소희의 첫 만남



준우와 소희의 첫 만남은,

마치 세상이 잠시 멈춘 듯한 

비 오는 가을 오후에 시작됐다.

비는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해,

교실 창문을 타고 끝없이 흘러내렸다.



준우는 늘 그렇듯 창가 구석 자리에 앉아,

빗방울이 유리 위를 미끄러지는 모습을 멍하니 따라가고 있었다.

가슴 한구석이 이유 없이 텅 비어 있었고,

그 텅 빈 곳에 비 냄새가 스며들어 더 허전하게 만들었다.




그때였다.

쾅.

교실 문이 거칠게 열리는 소리에 모두의 고개가 돌아갔다.

늦은 전학생.

우산을 대충 털며 들어선 소녀의 모습에,

준우의 숨이 순간 멎었다.

젖은 교복이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흰 블라우스는 어깨와 가슴팍이 ,

투명하게 젖어 속옷 라인이 희미하게 비쳤고,

치마 끝에서는 빗물이 뚝뚝 떨어져 ,

바닥에 작은 웅덩이를 만들었다.

머리카락은 축축하게 엉겨 붙어 있었지만,

그 사이로 드러난 붉은 눈동자는 마치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차갑고, 날카롭고, 그러나 이상하게도 사람을 빨아들이는 눈빛.

선생님의 소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소희는 교실을 한 번 쓱 훑더니,

준우 바로 옆 빈 자리를 발견하고 망설임 없이 그쪽으로 걸어왔다.

“여기 앉아도 되지?”

목소리는 낮고 나른했지만,

그 안에 숨겨진 날카로움이 준우의 심장을 살짝 베었다.




준우는 고개를 들었다.

눈이 마주쳤다.

그 순간, 세상이 아주 천천히 돌아가는 것 같았다.

비 소리만이 멀리서 들려오는 배경음처럼 느껴졌다.

소희의 젖은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 하나가,

천천히 떨어져 그녀의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준우는 이유 없이 가슴이 아렸다.

아프면서도, 따뜻했다.

“···어. 앉아.”

목소리가 작게 떨렸다.



소희는 우산을 책상 옆에 툭 세워놓고,

젖은 가방을 내려놓으며 자리에 앉았다.

그러고는 바로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준우를 한 번도, 제대로 쳐다보지 않았다.

준우는 숨을 죽인 채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봤다.

젖은 머리카락에서 은은하게 풍겨오는 샴푸 향기.

비와 섞여 더 선명해진, 달콤하면서도 서늘한 그 냄새가,

준우의 코끝을, 가슴을,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쉬는 시간이 되자 소희가 갑자기 몸을 일으켰다.



준우의 책상을 툭 치며 말했다.

“야.”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너 이름 뭐야?”

“···준우.”

소희는 피식 웃었다.

그 미소는 짧았지만, 

준우의 가슴에 영원히 새겨질 만큼 강렬했다.

날카로운 눈꼬리가 살짝 올라가고,

입술 한쪽이 비틀리며 올라가는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준우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난 소희. 기억해 둬.”

그녀는 다시 창밖을 보며 덧붙였다.

“앞으로 네 옆자리니까, 귀찮게 굴지 마.”

그 말은 명령 같기도, 경고 같기도 했다.



하지만 준우는 그 순간 알았다.

이 차가운 말투 뒤에 숨겨진 무언가가,

자신을 향해 아주 조금, 아주 살짝 열려 있다는 걸.

수업이 재개됐지만 준우의 시선은 자꾸만 옆으로 흘렀다.

소희는 여전히 턱을 괴고 창밖 비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얼굴은 차갑고 아름다웠다.

비에 젖은 채로도, 

아니 오히려 비에 젖어서 더 아름다웠다.

그날 이후로 준우는 깨달았다.


소희는 사람을 밀어내는 데 천재였고,

그 차가운 벽 뒤에 숨겨진 온기는,

아주 조금씩, 아주 천천히 새어 나오는 법이었다.

그리고 비 오는 날이면,

소희는 말없이 준우의 어깨에 살짝 기대곤 했다.

젖은 머리카락이 준우의 셔츠에 닿고,

그 차가운 향기가 다시 스며들 때마다,

준우의 가슴은 아프면서도 벅찼다.



첫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비 내리는 교실, 젖은 교복, 붉은 눈동자, 그리고 아직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던 두 사람 사이에 이미 피어나기 시작한, 

말 못 할 떨림으로.



소희의 내면은, 

겉으로 드러나는 날카로운 말투와 차가운 표정 뒤에,

아주 깊고, 복잡하게 뒤엉켜 있었다.

첫 만남 그날, 

비에 흠뻑 젖은 채 교실에 들어섰을 때,

소희는 이미 모든 걸 다 알고 있었다.

새로운 학교, 새로운 사람들, 

또다시 자신을 ‘그 애’로 규정짓는 시선들.


‘저년 또 왔네’ 하는 속삭임이 들릴 것만 같아서,

그녀는 일부러 더 세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세게, 더 세게.

그렇게 하면 두려움이 덜 느껴질 줄 알았다.

준우 옆자리를 본 순간,

그녀의 심장은 아주 미세하게, 

그러나 분명히 떨렸다.

창가 구석, 빛이 잘 안 드는 자리.

누구도 쉽게 다가오지 않을, 조용한 구석.

‘여기면··· 괜찮을지도.’

“여기 앉아도 되지?”

목소리를 일부러 낮고 퉁명스럽게 깔았다.

부드럽게 말하면 또 이용당할 것 같아서.

준우가 고개를 들고 자신을 보는 순간,

소희는 본능적으로 시선을 피했다.



‘쳐다보지 마.너도 결국 똑같아질 테니까.’

하지만 준우는 아무 말 없이,

그냥 “···어. 앉아.” 라고만 했다.

그 한 마디가 이상하게 가슴에 박혔다.

너무 담담해서, 오히려 불안했다.

‘뭐야, 이 새끼··· 왜 화 안 내지?

왜··· 그냥 받아들이지?’

자리에 앉자마자 창밖으로 고개를 돌린 건

준우의 시선을 피하고 싶어서였다.



그의 눈빛이 자꾸만 느껴졌다.

훔쳐보는 듯하면서도, 집요하지 않은 그 시선이,

소희의 가슴을 간질간질하게 만들었다.

‘짜증 나. 왜 자꾸 봐?

날 동정하는 거야? 아니면··· 호기심?’

쉬는 시간이 되자,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의 존재가 너무 크게 느껴져서.

“야. 너 이름 뭐야?”

목소리가 살짝 떨렸다.

숨기려 했지만, 실패했다.

“···준우.”

그 이름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준우.

평범한 이름인데, 왜 이렇게 가슴이 시큰거릴까.

“난 소희. 기억해 둬."

"앞으로 네 옆자리니까, 귀찮게 굴지 마.”

말을 내뱉고 나서야 깨달았다.

‘귀찮게 굴지 마’ 라는 건,

사실 ‘날 건드리지 마’ 가 아니라

‘날 버리지 마’ 에 가까웠다는 걸.

소희는 그날 내내 창밖 비를 보며

자신의 감정을 애써 외면했다.

하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알고 있었다.




준우가 자신을 ‘그냥’ 쳐다보는 게 아니라,

‘날 보는’ 것처럼 느껴진다는 걸.

동정도, 호기심도 아닌,

그저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받아들이는 듯한 눈빛이라는 걸.

그리고 그게 제일 무서웠다.

‘만약 네가 날 진짜로 좋아하게 되면···

내가 또 상처받을 텐데.

또 버림받을 텐데.’

그래서 더 세게 밀어냈다.

더 차갑게, 더 독설을 퍼부었다.

준우가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소희의 가슴은 더 세게 뛰었고,

더 아팠다.


비 오는 날이면,

그녀는 말없이 준우의 어깨에 살짝 기대곤 했다.

그 순간만큼은,‘날 버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는 .

아주 작은 희망을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소희의 내면은 차가운 얼음 아래로,

 흐르는 뜨거운 용암 같았다.

겉으로는 얼어붙어 있지만,

준우가 가까이 다가올 때마다,

그 얼음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녹아내렸다.

그리고 그 녹아내리는 과정이 소희에게는 고통이면서도,

처음으로 느껴보는 달콤한 떨림이었다.



준우의 숨겨진 감정은,  겉으로는 담담하고 조용한 표정 아래  

끝없이 깊고, 조용히 타오르는 불씨 같았다.

첫 만남 그날부터,  

소희가 문을 쾅 열고 들어왔을 때  

준우는 이미 알았다.  

이 아이가 자신의 평온한 일상에 폭풍처럼 들어올 거라는 걸.  

그 폭풍이 자신을 휩쓸어버릴지도 모른다는 걸.

“···어. 앉아.”

그 한 마디를 내뱉는 순간,  

준우의 심장은 이미 세게 뛰고 있었다.  

목소리가 떨리지 않게 애써 억눌렀지만, 손끝이 살짝 저려왔다.  

‘왜 이렇게··· 떨리지?’

소희가 옆에 앉자마자,  그녀의 젖은 머리카락에서,

풍겨오는 향기가  준우의 모든 감각을 점령했다.  

비 냄새와 섞인 샴푸 향, 차갑고도 달콤한 그 냄새가  

준우의 가슴을 파고들어,  숨을 쉴 때마다 더 깊이 새겨졌다.

준우는 창밖을 보는 척하면서도  자꾸만 옆을 훔쳐봤다.  

소희의 붉은 눈동자, 살짝 올라간 눈꼬리,  젖은 속눈썹에,

 맺힌 물방울 하나하나가  준우의 시야를 가득 채웠다.  

‘너무 예뻐서··· 아프다.’

그는 그날 내내,  

소희가 자신을 한 번이라도 제대로 쳐다봐 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소희는 끝내 창밖만 봤다.  

그 침묵이 준우에게는 고통이었다.  

‘날 싫어하는 거겠지.  당연하지. 나 같은 놈이···’

쉬는 시간이 되자 소희가 먼저 말을 걸었다.

“야. 너 이름 뭐야?”

그 한 마디에 준우의 세계가 흔들렸다.  

심장이 쿵 내려앉는 소리가 귀에까지 들릴 것 같았다.  

‘날··· 궁금해하는 거야?  아니, 그냥 이름만 묻는 거지.  

기대하지 마, 준우야.’

“···준우.”

대답하고 나서도 가슴이 진정되지 않았다.  

소희가 피식 웃는 순간,  준우는 숨을 멈췄다.  

그 미소가 너무 예뻐서,  너무 날카로워서,  너무 아파서.

“난 소희. 기억해 둬.  앞으로 네 옆자리니까, 귀찮게 굴지 마.”

‘귀찮게 굴지 마’ 라는 말은  준우에게는 ,

‘날 건드리지 마’ 가 아니라  ‘날 버리지 마’ 로 들렸다. 
 
아니, 어쩌면 준우가 그렇게 해석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준우는 그날부터 소희를 향한 감정을  철저히 숨겼다.  

너무 드러내면 다가갈 수 없을 것 같아서.  

너무 세게 다가가면 소희가 도망칠 것 같아서.

그래서 더 조용히, 더 담담하게  

소희의 곁을 지켰다.  

소희가 툭 내뱉는 독설에도,  

차가운 시선에도,  준우는 그냥 받아들였다.  

‘네가 날 밀어내도 괜찮아.  

밀어내는 게 네 방식이라면,  

나는 그걸 받아들이는 게 내 방식이니까.’

하지만 속으로는 매일매일  소희 한 마디, 

한숨, 한 번의 시선에  가슴이 찢어질 듯 아팠다.  

‘너무 좋아해서··· 무섭다.’

비 오는 날, 소희가 말없이 어깨에 기대올 때  준우는 숨을 죽였다.  

그 순간만큼은,  ‘날 필요로 하는구나’ 라는,

 착각을 해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허락했다.




준우의 숨겨진 감정은  

겉으로는 차분한 호수처럼 보였지만,  

속으로는 끝없이 깊은 소용돌이였다.  

소희를 향한 사랑이 너무 커서,  

너무 무거워서,  너무 아파서  

준우는 그 감정을  말로 꺼낼 수 없었다.

대신,  
소희가 아프면 약을 사오고,  

소희가 추우면 재킷을 벗어주고,  

소희가 화를 내면 그냥 들어주고,  

소희가 업혀달라고 하면 업어주었다.

준우의 모든 행동은  말하지 못하는 ‘사랑해’ 였다.

그리고 그 사랑은  소희가 알아채든, 모르든  

준우의 가슴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영원히 타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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